2019년 6월 13일

자본주의에서 화폐는 교환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이다. 따라서 회계가 가능한 단위이면서도 휴대성, 내구성, 분할성을 가져야 하고 돈을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은 화폐의 특성에 추가적으로 가치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화폐는 가치를 저장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가치를 저장하지 못하는 화폐를 돈처럼 사용하고 있다.

 16세기 영국, 금을 금화로 만들거나, 보관료를 받고 금을 보관해주며 보관증을 써주는 금세공업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휴대가 편한 금 보관증을 사용하게 되고 이는 화폐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금세공업자들은 사람들이 동시에 금을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실제 보유한 금보다 10배나 많은 보관증을 대출해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보관증의 10% 이상의 금을 동시에 찾으로 온다면 파산하겠지만(뱅크런 Bank Run: 대규모 예금인출사태) 통계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예금주들은 금세공업에게 항의를 하게되고, 대출이자의 일부를 예금이자로 나눠주게 된다. 대출이자가 예금이자보다 비쌌기때문에 앉아서 부를 얻을수 있었다. 한편 영국은 전쟁으로 많은 돈이 필요하게되어 영국왕실은 금세공업자들에게 제안을 한다. 전쟁자금을 투자해주면, 금 보유량의 3배까지 가상의 화폐를 대출영업할 수 있게 특별히 허가해 주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금세공업자는 은행업자가 되고 대출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0세기 전쟁은 보유한 금의 양보다 더 많은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이것이 전쟁이 경제에 좋다고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 이유다. 2차대전 말에 이러러 미국이 세계 중앙은행의 금 2/3를 소유하게 되었고 유럽에는 금이 없어 세계화폐제도가 붕괴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의 유럽에 대한 달러 대출이 많은 상황에서, 당시 뉴햄프셔 주의 브레턴우즈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44개의 연합국 대표가 모여 금융시장안정과 무역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명목으로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는 달러 대비 일정 비율로 결정되고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시키는 브레턴우즈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으로 미국의 달러는 기축 통화가 됨.

하지만 미국은 금 지급준비율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이 달러를 맘대로 찍어내기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 제18대 대통령 샤를르 드골은 미국이 달러를 보증할 금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금을 되돌려 달라고 요청했고 다른 나라들도 요청하기 시작했다. 1958년부터 1971년까지 미국은 50%의 금을 돌려주게 되었고 전 세계 화폐 제도가 망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미국은 1971년 8월15일 화폐의 가치와 금의 가치를 연계하는 금본위제를 폐지하기로 하였다. 이로서 전세계 화폐들은 아무런 가치를 보증하지 않는 종이 화폐가 되었다.

100만원이었던 돈은 지급준비율 10% 기준 최대 1000만원 까지 늘어날 수 있다. 통화팽창(인플레이션)은 이런 매커니즘으로 진행된다. 세상의 모든 (불환)화폐, 즉 보증 없이 발행한 화폐는 빚에서 나오기 때문에 시주엥 있는 돈으로 이자를 포함한 빚을 갚을 수 없다. 내가 빚을 갚아도 그 빚은 다른 누군가에게 옮겨진 것 뿐이다. 이것이 경제위기의 본질이며 경제위기 때 채권자들은 부의 소유권을 앗아간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에서 새로운 화폐를 찍어 대출해 주어야 한다.

신용화폐 시스템이 종료된 후 아마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세계 화폐가 등장할 것이다.